많은 의견 감사합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진지한 의견들, 잘 읽었습니다.
윗글은 물론 심심풀이삼아 쓴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속해있는(혹은 앞으로 그렇게 될) IT 업계와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이 심각하게 충돌하는 사건인 만큼, 개발자라면 꼭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엔씨소프트쪽에서는 쉴새없이 기삿거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제 하루만도 몇건 되는군요.
엔씨소프트, "거래소 이전 무기 연기"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6208
리니지, "중국 서비스 무기한 연기"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6210
[인터뷰]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6214
엔씨소프트, 영등위와 전면전 선언
http://www.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76215
엔씨소프트쪽에서 이번 판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당연합니다. 전체 이용자의 50%에
가까운 청소년 고객을 일시에 몽땅 잃게 되었으니 매출의 급감은 물론 주가도 폭락세를 면치 못합니다.
또, 엔씨소프트에서 주장하는 대로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심의 결과를 동일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 그동안 문화부에서 우수 게임으로 선정하는 등 정부에서 장려하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다른 게임사와의 형평성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에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을 용인할 수는 없습니다.
청소년은 바로 우리의 자식이자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엔씨소프트에서 이번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면 절차나 기준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성이 없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하려는 모든 우리 사회의
구성 멤버가 묵시적으로 가지고 있는 책임입니다.
물론 엔씨쪽에서도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설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라는 것들이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궤변과 갖다붙이기에 가깝습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리니지의 그래픽이 리얼하지 않는데 뭐가 잔인하냐고 주장합니다.
물론, 리니지의 그래픽이 다소 조잡하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래픽이 전혀 없는 머드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잔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그림 한장 없는 소설이 외설이
될 수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이 얼마나 리얼하냐, 피가 얼마나 튀냐가 폭력성, 잔인성의
유일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니지의 폭력성은 게임의 운영상 PK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드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아무리 엔씨소프트에서 PK를 하는 플레이어에게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재의 수위보다
PK로 얻는 이익이나 쾌감이 더 크다면 엔씨소프트의 제재는 무의미해지는 것입니다.
더욱이 가치판단의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을 수 있는 청소년에게, PK로 얻는 이익의
달콤함은 청소년의 가치관을 충분히 뒤집어놓을 수 있습니다.
또, 엔씨소프트는 '홍수환론'이라는 논리로 리니지의 폭력성을 정당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홍수환의 권투 경기가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듯이 리니지도 마찬가지다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권투는 엄격하게 정의된 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기이며, 우스운 예이지만 권투에서 리니지처럼
PK를 시도하다가는, 반칙 몰수패는 물론 경찰에게 잡혀갑니다. 리니지가 권투를 같은 시각에서
보고 싶다면, 리니지에서 PK를 시도하는 플레이어는 자동으로 자기가 죽도록 해야 할 겁니다.
그야말로 비교가 될 수 없는 엉뚱한 예로 어리숙한 사람들을 호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핸드폰론도 있더군요. 핸드폰의 과소비 영향 때문에 청소년의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지 않듯이
리니지를 청소년에게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이것도 거의 억지에 가깝습니다.
청소년의 핸드폰 과소비 문제가 상당하기는 하지만, 핸드폰비용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보다
리니지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핸드폰에 중독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중독된다고 하더라도 청소년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보기 힘듭니다.
물론 핸드폰의 경우에도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나면 리니지의 예와 같은 제한이 필요함은
당연하구요.
사실 리니지의 사회적인 부작용은 비단 청소년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어서, 성인들의 경우에도
리니지로 인해 파탄에 이르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도 가끔씩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더욱더 청소년만큼은 보호해야 하며, 만약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발전할 경우에는
아예 등급을 박탈함으로써 리니지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니지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비단 최근의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벌써 작년부터 그런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으며, 어젯밤에도 일단의 청소년들이 리니지를 하기
위해 가출을 하고는 아이템 판매 사기로 수천만원을 갈취하고, 폭력을 통해 전투력이 높아진다는
환상으로 취객을 폭행하고, 학교 재학중에도 교사를 몬스터로 착각해서 폭행했다는 사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엔씨소프트, 특히 이번 사태로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택진 사장에게는
단지 눈앞의 이익만 보이는 듯 합니다. 인터뷰 기사나 자사 홈페이지에 팝업으로 올려놓은 글을
보더라도, 모욕을 느꼈다는 둥 하면서 마치 이번 사태를 영등위와 자신 사이의 사적인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습니다. 각 언론에서 리니지로 인한 부작용과 범죄들을 보도하고 있을 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생색내기 정도의 조치만으로 지금까지 질질 끌고 온 덕분에, 드디어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재심의나 법정소송 등을 통해 영등위가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되는 시점에서 어떤 기관이든 나서서 엔씨소프트를 지금보다 더 강하게
제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엔씨소프트의 책임이 영등위보다 몇배는 더 크다는 겁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