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에 대해 '18세이상 이용가' 등급판정을
내림으로써 엔씨소프트는 물론 온라인게임 업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발표 당일엔 엔씨소프트 주가가 하한가까지 폭락했죠.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일제히 투자등급을
낮추고요. 그러다가 엔씨소프트에서 재심의 청구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약간 진정세에
이르고 있습니다.

게임업계와 관련이 있는 쪽에서는 대체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더군요.
그리고 IT 관련 언론에서도 일제히 엔씨소프트를 옹호하는 쪽으로 기사를 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게임업계쪽에 종사하시는 분과 아닌 분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릴 듯 하네요.

저는 절차 등의 문제는 있긴 하지만,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영등위의 판정이 적절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등위 판정에 반발하는 의견들을 보면, 청소년의 즐길권리를 뺏는 문화탄압이다,
해외에서도 국내 심사기준을 감안할 것이므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너무 가혹하다,
영등위의 심사 기준이나 절차에 문제가 있다 등등입니다.

하지만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들이 폭력성이나 아이템 현금거래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어제오늘 사이의 문제가 아니죠. 다들 아시다시피 게임업체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게임의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동원합니다. 물론 개발자들이 다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업체 경영진들은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요.

리니지가 처음 등장했던 것은 아마 1998년이던가였죠? 당시에는 랙도 많고 맵도 좁고, 그래픽도
엉성하고.. 등등으로 불만도 많았습니다만, 엔씨소프트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계속해오면서
개선되어왔습니다. 그렇게 게임의 성능이나 사실성은 계속 개선되어왔지만, 청소년을 포함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중독에 가깝게 몰입되어 있는데도 엔씨소프트에서는 리니지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PK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고 합디다마는,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엉성한 리니지의 그래픽에서 PK 살인장면은 최근의 영화등에 나타나는 사실적인 살인장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문제는 죽는 당사자가 게임업체에서 창작된
'엑스트라'가 아니라 실제 게이머를 대변하는 플레이어라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을 완전하게
대신하는 게임속 플레이어를 죽이는 데 있어서 심리적인 충격은 영화속에서 완전히 창작된 인물을
죽이는 것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일부에서는, 가상사계에서 살인을 함으로써 실제세계에서의 폭력을 줄인다라는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이런 주장은, 자신의 인생관이나 자제력을 어느정도 수준 이상 갖춘, 즉 일반적인 통념에서의
'성인'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딱 잘라서 말할수도 없고 좀 모호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통념에서에서는, 성인에게는 실제 세계에서의
기준으로 가상세계를 바라보지만, 청소년은 가상세계에 먼저 익숙해진 후 그 기준으로 실제 세계를
바라보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18세이용가 판정이 끝까지 고수될 경우, 엔씨소프트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뻔합니다. 리니지 사용자 중 18세 미만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일개 회사의 타격과 그리고 한 업계가 입을 타격보다는, 사회 전체에 대한 부작용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익성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적 파장에 대해선
눈을 감아온 게임 업계에도, 이번 사태가 자사의 수익만큼 게임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

p.s.
반론 대환영입니다.
미처 제가 생각하지 못한 데에 엔씨소프트의 정당성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제가 느끼는 것보다는
리니지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별거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볼랜드포럼을 포함해서 모든 각각의 공동체가 건강하게 계속 성장해나가려면, 한가지 주장에
대해 활발하게 반론과 논리적인 주장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