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 한국의 '터키'열풍
최근 각 게시판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창피한 자화상 터키를 아십니까?'란 글이 부각되고 있다.
이 글에 대한 호응도가 높자 한 인터넷 신문은 '네티즌 터키팀 응원 열풍'이란 기사까지 낸 바가 있다. 이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네티즌 터키팀 응원 열풍
「터키라는 나라는 자국의 이익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이득도 없는 한국에 오직 인류애로서 미국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파병했고 터키가 보낸 군대는 모두 차출이 아닌 자원병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터키는 지금까지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며 한국이 잘살게 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터키에 대한 관심이 적고 대지진 참사 때도 정부는 생색내기 정도의 재난 복구 지원금을 보내 국민모금운동을 벌인 후에나 전달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쓰여 있다. 결론은 '고마운 나라 터키를 이번 월드컵 때 응원하자'는 취지다.
취지자체도 문제될 것은 없고 터키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틀린 말은 아니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는 6.25때의 참전 용사들을 기리는 한국공원이 만들어져 있고 참전기념탑이 한국말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글이 지나치게 터키를 추켜세운 나머지 잘못된 사실을 전하고 있다는 점은 되돌아 봐야 한다. 먼저 '터키는 한국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준 은혜의 나라.'라는 점에 대해 살펴보자.
이 글에는 '당초 터키는 한국전쟁에 5000명 정도의 병력을 보낼 작정이었다. 그러나 모병결과 1만5000명에 달하는 병력이 자원을 했다고 한다.'라는 사실을 적고 있다. 전쟁 참가 결의는 터키정부에서 내린 것이지만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참전한 터키 병사들은 젊은 혈기와 정의감이 있었다고 할지 모르나 참전을 결정한 터키는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었다.
미국은 발칸반도와 중앙아시아의 공산화를 지켜보며 그리스와 터키에 대핸 지원을 강화시켜 나가고 얄타회담 등을 통해 소련이 이 지역에 간섭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연휴로 터키는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임에도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며 6.25를 계기로 좀 더 서구권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병사들을 보낸 것이다.(이것은 근처의 그리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병사들의 자발적 참여도 근처 그리스에서 벌어진 공산당과의 내전, 흑해 연안에서 벌어지는 소련의 무력시위 등에 의해 공산주의 침입자에 대한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점이 전투에서 발휘된 터키군의 용맹성을 퇴색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조건 한국을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글에는 "터키가 우리와 가까운 이유는 그들이 돌궐이기 때문입니다. 돌궐을 백인들이 발음한 것이 투르크였고 투르크의 영어식 발음이 터키이지요. 돌궐은 고조선, 고구려, 발해때부터 우리와는 같은 나라를 이루고 있던 부족연맹이었습니다. 고구려 발해가 망하고 돌궐이 독자적으로 행동해서 아랍으로 쳐들어가 세운 나라가 투르크였지요. 당연히 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우리를 형제로 대합니다." 라고 얘기한다. 터키어는 유럽인들이 배우기는 어렵지만 우리말과는 어순이 비슷해 이해가 빠르다고 중앙아시아어를 전공한 이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터키의 민족 구성은 어떨까?
투르크 인들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그 외 소수민족과 14-19%달하는 쿠르드족이 있다. 투르크 인들의 분포는 중앙아시아 전역이며 이들이 흘러온 경로를 옛 돌궐에서 찾는 학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정설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 먼저 돌궐이라는 말 자체는 특정한 민족을 지칭한 것이 아닌 유목민족을 통칭하는 뜻으로 쓰였다.
유목민족은 흉노, 선비, 유연, 돌궐, 위구르, 몽골 등 여러 민족 집단이 있었으며 이들의 외모는 몽골리안에 가까운 민족, 서구인에 가까운 민족 등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터키가 자신들의 역사를 몽고나 한반도까지 연계지어 생각하는 것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서라기 보다는 과거 몽고제국의 발흥기에 투르크인과 몽고인과의 통합이 활발하게 일어난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역사상의 뿌리를 찾아 가르치다 보니 이리저리 떠돈 유목집단으로서 그 기원을 막연하게 나마 몽고초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정설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이유다. 이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계 민족이 역사해석에 따라 각각 독자적인 명칭을 채용하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다.
특히 터키의 돌궐 기원론은 그들의 민족주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스스로 과장되어진 면이 적지 않다.
멀리 떨어진 터키를 응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무조건 '터키는 형제, 우리의 은인'이라고 여기지는 말자. 우리가 인근에 있어 접촉이 잦았던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듯이 터키는 인근 그리스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6.25라는 불행한 과거를 빼고서는 서로를 알 기회가 적었고 그렇기에 우리와 가깝게 지낼 여지가 많은 국가라고 여기면 될 것이다.
하니리포터 최항기 기자 /flyflyturt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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