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에서 퍼왔습니다.
시의성(時宜性) 땜에 Happy! BREAK 란에 올리기 보다는 여기가 나을것 같네요.
김인구님의 글(4507번)을 보고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저같았으면 저번 때 지하철 사건 같은 짓을 해봤을텐데요... ^^;
=====================================================================================
윤민석 씨의 반성문 <예전엔 미처 몰랐죠>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노래로 고소 당한 뒤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이회창 전 총재를 빗댄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일명 회창가)란 노래 때문에 한나라당에 의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혐의'로 피소된 윤민석(송앤라이프 대표) 씨가 25일 '반성문'을 노래로 만들어 화제다.
'반성문'의 제목은 <예전엔 미처 몰랐죠>. 딸-아빠-엄마-할머니 순으로 한 가족이 돌아가며 "예전엔 미처 몰랐죠...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라고 비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먼저 딸아이가 나서서 앳된 목소리로 반성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무서운 힘을 / 이렇게 건재하신데 몰라뵙고 까불었죠 / 그분에 대한 유언비어 모두가 사실이라 해도 / 글쓰고 노래 만들면 잡혀가야 마땅하죠 / (아아아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은 / 주는대로 받아 먹으며 / 높고 귀하신 어른들 일은 / 모른 척 해야 하는데) /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무서운 힘을 / 이렇게 건재하신데 몰라뵙고 까불었죠."
다음 아빠의 느끼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아픈 마음을 / 자식으로 또 아버지로 얼마나 괴로웠을지 / 부친이 친일파라 욕먹고 아드님 병역비리 의심받고 / 갖가지 의혹 터질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 (아아아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은 / 주는대로 받아 먹으며 / 높고 귀하신 어른들 일은 / 모른 척 해야 하는데) /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아픈 마음을 / 자식으로 또 아버지로 얼마나 괴로웠을지."
"여보, 당신도 얼른 빌어" 이번엔 엄마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억울한 마음 / 오로지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애썼는데 / 번듯한 집 한 채 없이 월세를 전전하고도 / 귀족이라 욕 먹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 (아아아 우리같은 무지렁이들은 / 주는대로 받아 먹으며 / 높고 귀하신 어른들 일은 / 모른 척 해야 하는데) /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억울한 마음 / 오로지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애썼는데."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꼬부장한 목소리가 반성문의 대미를 장식한다.
"예전엔 미처 몰랐죠 그분의 고상한 인품 / 힘없는 법관의 번뇌 넓고도 깊은 애국심 / 법과 원칙이 없는 나라 좌파가 판치는 세상 / 오로지 국민을 위해 바로 잡으려 하셨죠 / (아아아 이렇게도 위대한 어른을 / 우리는 왜 몰라뵈었을까 / 우리들이 미쳤었나 봐요 / 한번만 용서해줘요 / 네? 네? 네?) / 예전엔 미처 몰랐죠 이렇게 훌륭한 분을 / 제대로 알지 못 한 죄 한 번만 용서해 줘요."(괄호로 처리한 부분은 온 가족의 합창이다.)
윤 씨의 반성문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가사가 너무 맘에 드네요. 아마 그분도 좋아하실 꺼에여. 반성문까지 썼는데 뭐라구 하시겠어여?"(kebiking), "진짜 물건이네요. 웃다가 뒤집어졌습니다"(yuririse), "촌철살인의 극치입니다. 이런 노래가 공중파를 타고 가요 순위에서 1위를 해야 됩니다"(ha2136), "'Fucking USA' 와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이후 최고의 걸작"(jinsokso), "전국민의 필수애창곡으로 공식지정해야 한다"(dejavu21)며 한 목소리로 격찬.
윤민석 씨는 '새노래' 코너에 올린 '노래이야기'를 통해 "본의 아니게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높고 귀하신 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드린데 대해 무조건 반성(!!!)하고, 눈물로 선처를 호소하기로 했다"고 반성문을 작성(?)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또 "워낙 대쪽이시라 그런 융통성은 기대하긴 힘들겠다"고 말하면서 "하지만 혹시 압니까? 미친 척하고 한 번 봐 주실는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윤 씨는 25일 현재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로부터 "4월 30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해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 유포한 경위에 대해서 진술하라"는 내용이 담긴 출석요구서를 발부받은 상태다. 그는 자신에게 전달된 출석요구서의 전문과 사진을 '송앤라이프' 홈페이지 내 'Songnlife X-File' 코너에 전시해 "이런 류의 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주고 있다.
한편 민중가요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에 대한 한나라당의 고소 사건 이후 '송앤라이프' 홈페이지에는 방문자수가 크게 급증, '회창가'의 확산을 서둘러 차단하려는 한나라당의 의도를 무색케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의 자충수로 인해 오히려 송앤라이프의 인지도만 더 높여준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 문정현 신부(소파개정국민행동본부)는 "윤 씨의 소식을 듣고 울분이 끓어올라 이 노래를 반복해서 크게 불렀다"며 "이 노래를 여러 곳에 보내 많은 사람들이 듣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2002/04/26 오전 7:46:24
ⓒ 2002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