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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사랑방입니다.
[4178] 처음부터 매뉴얼 인쇄쪽으로는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는....
박지훈.임프 [cbuilder] 2769 읽음    2002-04-10 07:15
클릭 한번 잘못하는 바람에 세시간 넘게 고민에 고민을 하며 쓰고 있던 것이 다 날아갔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려고 무심코 탐색기에서 url 링크 하나를 눌렀더니 제가 글쓰고 있던 IE 창에서
새 페이지를 띄우면서 쓰던 글을 다 날려버렸습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제 해가 뜨는군요... 할일이 아직 많은데...
......

미친척하고... 다시 쓰겠습니다. 오늘은 다시 해가 질 때까지 잠자기는 틀렸나봅니다.
기분 전환할겸,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습니다.



마치 제가 패패루님께 일을 떠넘기고, 패패루님이 다시 제게 넘긴 것처럼 되어버렸는데...
패패루님께 사람을 모아서 제본을 하도록 권해드린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귀찮아서이거나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며칠전에 볼랜드에서 C++Builder 6 매뉴얼을 번역완료해서 사이트에 올려놓았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매뉴얼 인쇄건을 얘기했었습니다. 저도 델파이6와 카일릭스의 매뉴얼이 인쇄된 것을 생각하고
당연하게 C++Builder 6 매뉴얼도 인쇄할 걸로 기대하고 얘기를 꺼낸 거였습니다.

그런데, 볼랜드에서는 C++Builder 6 매뉴얼은 정식 인쇄하기가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어쩔 수 없는 문제라 뭐라고 할 말이 없더군요.

한글 매뉴얼은 제품 구입자를 위해서 번역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오프모임 등에서 몇권 드렸던 델파이와 카일릭스 매뉴얼은 여분 약간을 얻었던 것이구요.
그런데 C++Builder 6의 판매량이 너무나 적어서 정식 인쇄를 들어갈 수가 없답니다.
(제품 구입자에 대해서는 소량 제본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아니, 얼마나 적길래 인쇄를 못한다고 뻗대냐.. 하고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실 분도 계시겠지만..
설명을 들으시면 정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출판사에서 최소 3,000 정도는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는 얘기는 들어보셨겠지요.
출판을 위해선 각종 편집 과정이 더 들어가고 또 인세도 나가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좀 높지만,
서적 등의 정식 인쇄는 최소 1,000부가 기본입니다. 그 이하의 수량은 인쇄소에서 아예 주문을
안받지요.

그런데 C++Builder 6 판매량은 이 1,000부라는 양과 전혀 비교할 정도도 안됩니다.
얼마나 적은지는.. 제가 차마 챙피해서 말을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추측할 여지를 드리자면...

볼랜드포럼이 모든 볼랜드 제품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대의 C++Builder
사이트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모던아이티라는 업체와 제휴해서 볼랜드 제품의
온라인 견적(사실상 구매 알선)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볼랜드포럼을 통해서 제품이 판매되면
1% (100만원마다 누적해서 1만원)의 지원금을 받도록 했었지요.

3월 회계보고를 보시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볼랜드포럼을 통해서 판매된 매출액에 대해
지원금이 입금된 항목이 있습니다. 모두 C++Builder의 판매였는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그 액수로부터 몇카피인지 스스로 확인해보세요.

볼랜드에서도 제게 전체 C++Builder의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말을 못합니다.
제가 대충 찍어서 이정도의 규모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볼랜드포럼을 통해 판매된 카피수가 전체에서 무시못할 정도의 "상당한" 규모입니다.

믿기지 않으시지요? 잘못 계산한게 아닌가 싶기도 할 겁니다.
저도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고, 창피할 지경입니다.
개발자분들이 높은 가격 때문에 제품을 구입못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시고 저도 이해하지만,
정말 해도 너무 심한 수준입니다.

혹 의심스러울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모던아이티에서 매출을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두카피 팔고 말것도 아니고, 1년동안 협력하기로 했는데 "손들어보세요~" 한번 하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할 사람은 없겠지요.

하다못해 정식 인쇄를 위해 필요한 수량의 1/4 정도라도 되면 볼랜드에 억지 떼라도 몇번 더 써봤을
겁니다. 그런데 단위자체가 아주 다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차마 더 같은 말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양심이 있는 넘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선 것은 아닙니다.
패패루님 말씀처럼, 볼랜드포럼에서 필요한 물량만큼 구입하겠으니 인쇄하라고 다시 제의했습니다.
구입할 분들을 모집하고, 또 일부는 볼랜드포럼 재정으로 구입하려고 했던 거였습니다.
그것도 곤란하답니다.

C++Builder 6의 판매 카피수가 뻔한데, 최소 1,000부를 인쇄하면 결국 불법 사용자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1,000부의 거의 대부분이 제품 구입자가 아닌 분들께 돌아가니까요.
그래서 볼랜드에서는 제게 거꾸로 따로 제본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또한번 할말이 없어지더군요.

게다가, 설사 볼랜드에서 응한다고 하더라도, 1,000부 정도는 볼랜드포럼에서 소화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온라인으로 문서가 공개된 것을 4만원 정도의 상당히
비싼 가격에 사실 분은 아마 1백명 정도도 안될 겁니다.
(e북으로 돌아다니는 문서가 있는데 책을 구입할 분이 많을지 생각해보세요.
게다가 이 매뉴얼은 불법도 아닌 합법적으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겁니다.)

혹시라도, 불법 사용자라고 차별을 받는 것같아 기분이 나쁘신 분이 있으십니까.
죄송하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해봐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뻔뻔스러운 겁니다.
저는 볼랜드포럼에 오시는 개발자들의 대부분이 불법 복사본을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못하고 있다는 자각은 하고 있고 여건이 되면 제품을 구입을 해야 한다는 정도의
양심은 가지신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일반 소비자도 아닌 개발자 아닙니까. 스스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먹고사는.

제품의 확산 차원에서 불법사용자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는 볼랜드의 가장 큰 딜레마중 하나입니다.
가끔, 제품 확산을 위해서는 볼랜드도 불법복사본의 확산을 반길 것이다..라는 말을 하시는
위험한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던데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반긴다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습니다.

이미 불법 복제율이 치명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볼랜드 제품의 불법복제가 양심에조차 무감각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면 돌이킬 수가 없게 됩니다. 그때는 오직 강력한 단속만이 해결책이 됩니다.

작년에 이 사이트에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 실질적인 정품 사용률이 10%에 못미쳤던 것을 아시는지요.
지금은 그 이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적어도 정품 사용률이 40~50% 정도는 되어야 불법 유통을
통한 제품 확산에서 매출 증대를 기대해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10% 정도의 정품 사용률에서는
볼랜드 제품의 저변이 넓어져도 매출은 큰 변화가 없게 됩니다.

그래도 볼랜드가 일방적으로 막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정품 사용자에게만 제공되어야 하는 매뉴얼이 볼랜드코리아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의도에 의한 것입니다.


이 글을 비롯한 요즘의 제 글들에서 제가 볼랜드의 편에 서있는 것처럼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글은 아예 안쓰고 하던 일이나 묵묵히 계속 추진하는 편이 낫겠지요.
괜히 오해를 푼다고 장황하게 글을 쓰는 바람에 한쪽에서는 오해를, 한쪽에서는 눈을 흘길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다섯시간째 고민고민 해가면서 욕을 전혀 안먹을 수가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소비자인 개발자들과 공급자인 볼랜드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지원이 부족해서 제품을 구입하지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볼랜드는 수익이 형편없고 가격을 내릴 경우 매출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떻게
가격을 내리고 지원을 늘리냐고 말합니다.

이런 입장의 차이가 언뜻 이익관계의 차이에서 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볼랜드 제품의 소비자인 개발자들과 볼랜드는 한배를 타고 있으며, 얼마든지 이익을 위한 방향이
일치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상호간의 신뢰의 문제입니다.
볼랜드는 개발자들을 믿지 못하고 있고,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쪽의 시각을 접근시키지 않으면 끝없는 악순환만 계속되고, 현재의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될 뿐입니다.

볼랜드에 줄기차게 얘기해왔던 것들이 최근에 와서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개발자 여러분들도 미친척하고 반신반의라도 볼랜드를 믿어봐주십시오.
얼마 안남았습니다. 곧입니다.


원래 얘기로 돌아가지요.

말씀드린대로 볼랜드에서 매뉴얼 인쇄건을 어떤식으로든 도와줄 방법은 없는 상태입니다.
사실.. 어느정도는, 계속 떼를 써보면 아주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비슷한 성격의 문제가 당면해 있는 상태랍니다.

이번에도 역시, 죄송스럽게도 아직 어떤 건인지 말씀드릴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확정되기 전의 추진 단계이기 때문에 섣부른 공표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이 건은 매뉴얼보단 훨씬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확실히 밝혀둡니다.

언제나 '일단 믿고 기둘려바~' 라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저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아, 정 궁금하면 오프모임 한번 나와봐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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