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국내에서 FX 채택 문제로 크게 여론이 악화된 적이 있었지요.

그때도 썼듯이, 저는 개발한지 수십년이 되었고 미국에서도 일선에서 퇴출시키려하는 F-15의 선택에
반대합니다. 게다가 평가과정에서 더 우수한 평가를 받은 라팔이 훨씬 더 저렴한데도 미국과의 공조
어쩌구 하면서 F-15를 채택한 국방부에 심각하게 유감입니다.

그때 반대여론이 들끓자, 김대통령 재가 전에 보잉사에서 비용을 조금 인하하고 우리나라에서
기본 조건으로 제시했던 것보다 훨씬 낮았던 절충교역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고자세로 배째라 하던 보잉 입장에서는 파격적이었겠지만 우리나라에겐 그래도 시원찮은 조건이었죠.

그런데 오늘 오마이뉴스에 난 기사를 보면, 보잉이 이 절충교역 조건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단 여론을 좀 잠재운 후에 조용히 실속을 챙기자는
속셈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http://www.ohmynews.co.kr/article_view.asp?menu=c10100&no=80854&rel%5Fno=1

기사를 보니, 보잉사는 저번처럼 이번에도 완전히 배째라군요.
뒤에 부시행정부가 버티고 커버해주니 웬만한 항변에는 끄덕도 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미 정부가 이번 F-15 채택을 여러모로 강요한 것은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로 보잉사가
채택되지 않아 보잉사의 전투기 라인이 폐쇄될 위기인 것을 정부 차원에서 살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절충교역 조건이 100%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라팔보다 여러모로 뒤떨어진(뛰어난 부분도
몇가지는 있겠지만) 수십년된 비행기를 더 나쁜 조건에 구입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운 것은, 결정 당사자였던 국방부와 김대통령이 변명의 여지도
없는, 그야말로 사대주의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자는 데 왜
수십년된 전투기를 차세대 전투기보다 더 비싼 값으로 사들여야 합니까.

야당이라고 나았나 하면, 정말 그밥에 그 나물입니다.
FX 결정 과정에서, 한나라당도 한번도 제대로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정략적으로 국방부 국감에서 이회창 아들의 병역문제 논란을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FX같은 현 정부의 군 관련 실책들을 적극 들고나오는 것이 효과적일텐데도,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계에 있어 미국이란 그야말로 성역인가 봅니다.

국민들이 정치가들이 원래 그래, 그놈이 그놈이야, 하고 그냥 눈을 돌려버리면,
내년에도, 10년후에도, 저와 여러분의 자식들이 우리만해질 수십년 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눈을 부릅뜨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알고는 있어야 더 나은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