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시간 반쯤 후면 독일과의 4강전이 시작되는군요.
아래에도,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는 그만하자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팀의 경기를 관전하는 시각에는 두가지가 있는 거 같습니다.
1. "아슬아슬하고 애매해서 더욱 극적이고 볼만하다"
2. "깨끗하고 확실하게 이겨버려야 한다"
발끈하실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번에 속하신 분이라면 지금도 축구팬이 아닐 뿐 아니라
앞으로도 축구팬이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 그런 분들은 월드컵이 끝나고 한두달만 지나면
스스로 인정하실 거 같습니다. 지금은 그냥 우리나라가 이긴다니까 박수치는 것 아닌가요.
스포츠를 비롯해 모든 승부를 관전하는 데 있어 진정한 재미란 압도적인 실력차로 눌러버리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다시 말해 아슬아슬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끝에 겨우 이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양측의 실력과 열의를 합친 토탈 전력이 비슷하면 비슷할 수록 더 필연적으로 애매해집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멋진 플레이를 했던 팀은 브라질이었다고 보십니까?
제게 브라질의 경기는 한컷 한컷은 재밌었을지 모르지만, 전체 경기는 정말 재미가 없었습니다.
악착같은, 혹은 극적인 장면은 없었습니다. 지능적인 전술 플레이도 아니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멋진 경기를 보여준 팀은 한국입니다.
이점은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의 모든 축구팬들도 다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적에서나 개인기에서 훨씬 떨어진다고 생각해왔던(그리고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죠) 한국이
집념과 두뇌플레이로 더 뛰어난 강팀들을 줄줄이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영화보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저는 스타크래프트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천연기념물...?)
하지만 스타를 해보신 분들은 아마, 아슬아슬하고 극적인 경기를 명승부라고 할 겁니다.
저같이 스타에 대해 문외한이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리는 경기를 보고 즐거워합니다.
저같은 녀석이, 여러분같은 스타 매니아들 사이에서 명승부를 같이 관전하면서,
"띠바.. 머 저리 애매해...? 좀 확실히 눌러버리면 안돼?" 라고 계속 궁시렁거리면 여러분은 기분이
어떠시겠습니까?
경기장에서 몸으로 뛰는 스포츠는 스타와 달라서 애매한 상황이 반드시 생기고 오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전의 애매한 판정들이 오심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충분히 그런 애매한 판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안나오기를 바라지 맙시다.
우리가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스페인을 압도할 정도의 월등한 실력은 물론 아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경기에서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축구는 선수 22명만으로 하는 경기가 아닙니다. 심판도 축구 경기의 멤버입니다.
그리고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지 관전자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봐도 명백한 실수가 아닌 한 심판의 결정은 절대적입니다.
이런 심판 판정의 절대성이 축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명백한 오심이 아님에도 오심이냐 아니냐 여부에 집착하는 것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모르는 것이며,
지금도 축구팬이 아닐 뿐 아니라 앞으로도 그렇게 되고자 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스로 그러하다면, 반박의 여지가 있는 글로 축구팬을 자극하지 맙시다.
개발을 해본적도 없는 경영자가 개발자의 코딩이 잘못됐니 잘됐니 그렇게 참견하면 기분좋겠습니까.
더욱이, 그런 말을 정말 몸이 닳도록 뛰어서 겨우 이긴 우리 선수들이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기왕이면 깨끗이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애매한 상황이라고 해서 논란이 두려우니까 차라리 깨끗이 져버리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애매하게 이긴 것도 분명 이긴 것입니다.
애매하게 이겼다고 승리의 영광이 반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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