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도 황당한 얘기 하나. 미팅나갔을 때 순간의 실수로 찜한 여인네를 놓쳐서 눈물을 퍼부어보신 싸나이들, 저 역시 어제, 그런 눈물
쏙 빠지는 원통한 일을 겪으면서 그 반열에 끼게되었습니다. 이렇게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정말 속병 앓아 죽을 것만 같아요…………… 그러니깐여,
저희 누나가여 자기 후배들 두명이랑, 저랑 제 친구랑 이렇게 어제 미팅을 시켜줬거든여.
<1부. 만남> 그런데여,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도 여자애들을 데려왔는지 한 명은 정말 자이로드롭 내려오는 기분으로 쎄~~~한데,
다른 한명은 개천 똥물 바라보는 기분으로 쎄~~~~하더란 말이지요. 새끈한 그 애는 어쩜 그리 피부도 뽀얗고 눈도 크고 입술도 귀여운지
핑클의 성유리 저리가라 할 만큼 정말 예뻤습니다. 제 친구도 달린 게 눈이라구, 새끈한 애한테 벌써 눈이 돌아가 있었지만여, 그래도 제가
열심히 그 애한테 눈 맞추고 웃음을 던지면서 그 애 시선을 잡아두고 있어서, 승산은 제 쪽에 훨씬 더 많았답니다.
<2부. 선택> 그러다가 좀 촌스럽긴 하지만, 여자쪽 폰을 골라 짝을 선택하기로 했지요. 아무래도 열세를 느낀 제 친구놈이 사랑의 짝대기로는
자기가 불리할 걸 알았던 거죠. 근데여, 그게 참 운명의 장난, 아니 장난의 운명이란 거 아닙니까요. 핸펀 하나는 여기저기 때도 끼고 지저분한
구식 엘지 펀이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하얀 마시마로 인형이 붙어있는 쌔삥한 스카이 펀이었습니다요. 그거 참 고민되데요. 개천 구정물 같은
폭탄에게는 그 구식 엘지 펀이 어울릴 것 같았는데, 혹여라도 스카이 펀 같은 걸로 자신의 외모를 카바하며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또 솜사탕 같은 그녀에게는 그 깨끗한 폰이 제격일 것 같으면서도, 소박하게 또 절약정신을 지켜가는 그 구식 폰이 또 잘 어울릴 것
같았거덩요. 하지만, 저 폰 역시 스카이였기 때문에 강한 운명의 필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결국 낼름, 제 친구의 손을 막아가며 새삥한
폰을 낚아채고야 말았습니다요.
<3부. 선물> 그리고 저의 애절한 마음을 전하고픈 마음에, 제가 그 전날 밤에 컴에서 몇 백원씩 주면서 다운받은 박경림이랑 앤 등등의
벨소리를 그 쌔삥폰으로 전송시켜줬지요. 으핫핫!! 아니나여?? 스카이펀은 적외선 통신포트가 옆에 까맣게 붙어 있어서, 스카이 펀끼리는 서로
가진 정보를 무료로 쉽게 전송할 수 있거덩요. 그러니깐여, 저는 돈 안들이고 그녀에게 제 마음을, 이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가장
빠른 최고의 선물을 하게 되었다는 거죠. 으헉!! 이 감동과 기쁨!!
<4부. 눈물> 그러나, 그 기쁨 뒤에 숨어 있는 슬픔이란… 제가 떨리는 마음으로 그 핸펀을 새끈한 그녀에게 내밀었을 때, 제 손을 덮친
것은 바로 바로 바로……… 폭탄의 그 넙적한 곰발바닥인지 파리채인지…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을 잃은 듯 했습니다. 폭탄이 펀에서
벨소리를 들으며 웃는 얼굴이 일렁이는 듯 하더니……… 새끈녀의 치켜올라간 눈꼬리가 겹쳐지고 그리고는 친구의 껄껄대는 웃음소리와 그리고……
그녀와 나가려는 제 친구의 마, 지, 막, 그, 말, 만, 귓, 가, 에……………… "야, 무료도 그러면 미친 짓이다야!!" 그날 저는
비를 맞으며, 혼자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봤습니다. 허걱, 저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왜……….. 왜………… 무료도 아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