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現代戰)은 정보전이며, 심리전이다. 상대를 많이 알아야 하고, 마음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8강전 상대 스페인보다 이미 서너발 앞서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정통한 스페인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 모두 세차례 스페인 프로팀 감독을 맡아 스페인 선수들의 장단점과 전술에 대해 휜하다.

히딩크 감독은 1991년부터 2년간 스페인 발렌시아 감독을 시작으로 98~99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2000~2001 시즌 레알 베티스 감독을 거치면서 현재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들을 발탁해내기도 했다.

발렌시아 감독 시절에는 2군에 있던 가이스카 멘디에타를 발굴, 스페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시켰다. 이어 98년 세계 최고의 프로팀이라는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옮겨 현재 스페인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라울과 모리엔테스, 노장 수비수 이에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 등을 직접 지도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과의 심리전에서도 우세하다.

레알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수비수 출신인 카마초 감독은 98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뽑혔으나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구단주와의 불화로 시즌 개막전도 치르지 못하고 취임 22일 만에 쫓겨났다. 히딩크 감독은 바로 카마초 감독의 후임자.

히딩크는 바통을 이어받자마자 공격수 라울, 브라질 출신의 프리킥 전문가 로베르토 카를로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통솔해 유럽-남미의 최고 프로팀을 가리는 도요타컵에서 우승하는 행운을 잡았고, 불운했던 카마초는 TV로 이 광경을 지켜보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 16일 수원에서 열린 스페인-아일랜드전을 지켜본 뒤 자신감 넘친 얼굴로 경기장을 떠나는 히딩크 감독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을까.

김종문 기자

중앙일보
2002-06-19 01: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