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책위에서 하이닉스 매각을 연말까지 유예한다고 말했답니다.
채권단도 일단 두고보자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하구요.
메모리 가격이 안정 상승하면 매각은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는 얘기지요.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206/200206090034.html
사실.. 이번 발표에는, 이번 선거를 의식한 정책적인 배려의 성격도 다분히 있을 겁니다.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진념후보가 하이닉스 매각 반대쪽으로 공약을 걸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이유 뿐만은 아닐 겁니다.
정부 및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이번 정권 안에 하이닉스 문제를 해결하려고 너무 조바심을 쳐왔습니다.
몇개월 안남은 정권 기간 내에 하이닉스 문제를 어떻게든 완전히 정리하려면 단기 매각밖에 없었기
때문에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 후에는(민주당이 재집권하든 혹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든) 반드시 이 정권에서
추진했던 빅딜을 포함한 주요 정책들을 다시 재평가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전망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즈음까지 하이닉스가 완전 정상화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빅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홍보를 했었던 LG-현대 사이의 하이닉스 빅딜이 현 정권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아주 큰 것입니다.
이런 정치적인 이유때문에 민주당이 하이닉스 매각을 현 정권내에서 매듭지으려고 조급하게 추진했다고
봅니다. 이 정권 내에서 하이닉스를 매각하고 나면, 헐값으로 팔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빅딜 정책이 완전 실패했다는 직접적인 비난은 일단 피해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책적인 결정은, IT 업계의 시장 흐름을 너무도 모르고 추진된 것이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치고 나면 반드시 올라갈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수년간 메모리
가격이 계속 하락했던 것을 볼 때, 머지않아 메모리 가격이 안정 상승할 것이 당연했습니다.
최근 한두달 내에 메모리 가격이 이제 거의 바닥에 다달았다는 조사결과가 연달아 나왔습니다.
현 정권에서는 처음에는 모른체했습니다만, 정말 하반기에는 메모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자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반기에 메모리 가격이 안정 상승하게 되면
현 정권은 빅딜의 실패 이상으로 비난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고,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을 일관되게
고집해왔던 민주당의 재집권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테니까요.
하이닉스는 박통시절부터 수십년간 국민들의 혈세가 엄청나게 들어갔던 두개 반도체 업체가
합병된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채권단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채권단의 한두푼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아닙니다. 저와 여러분을 포함한 국민들의 혈세 그 자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에 우호적인 입장이지만, 그래도 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입니다. 그런 많은 잘못되고 무리했던 정책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정부가 고집을
꺾은 것이 대단히 다행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늦기는 했습니다만, 아직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