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빛인지 자주빛인지
모르겠다 하는
꽃나무 하나를 늦은 가을에 심었습니다.
쭈그러진 잎 몇 개,
골(骨)이 화안한 나무 하나를
이도 저도 다 돌아간
늦은 가을에 심었습니다.
겨울 동안 침묵하는 나무 하나가
뜰 가운데 서 있습니다.
흰 빛인지 자주빛인지
골수(骨髓)에 박혀 있을
늦은 가을에 심었습니다.
나무의 주인도 그 꽃의 이름을 모른다구요.
키워 보면 다 안다고 답답한 변명을 늘이면서
자줏빛 흰 빛을 물고 돌아가 버렸습니다.
당신을 떠나 보낸 것도 오랜 옛날
자주빛도 흰 빛도 아닐 듯한 봄날이
당신을 떠나 보낸 그때처럼
기다려집니다.
- 끝 -
이승욱, 2001 좋은시, 삶과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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