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지지하는 입장을 떠나서 그와는 별개로, 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적극 찬성합니다.
이회창씨가 주장하는 수도권 부동산 폭락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행정 수도 이전방안은 전국을 균형발전시키자는 목적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치/행정과 경제를
지역별로 분할함으로써 그 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주거용 부동산의 시세라는 것은 엄청난 악재가 아니면 거의 떨어지지 않습니다.
악재가 벌어져도 크게 떨어지는 것은 주로 오피스 빌딩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이고, 주거용 부동산은
정말 찔끔찔끔 떨어집니다. IMF때와 같은 경우는 정말 이례적인 일이며, 그때를 제외하면 집값이
"손해봤다!"고 할 정도로 떨어진 경우는 역사상 없었습니다.
수도가 이전하면 수도권에 부동산 공황이 올거라고요. 지금이 80년대 이전같은 정부 주도의 경제
성장 시대라면 그럴 수 있겠지요. 기업이 정관계에 얼마나 끈끈한 줄을 대고 있느냐에 따라 자금을
수천억 더 받을 수도 있고 미움을 받으면 재벌 하나쯤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던 시대라면 기업이
정부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박통때와 전통때가 대표적이지 않습니까.
아직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며,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정치와 경제를 최대한 격리시키는 것이란 것은 누구나 압니다.
정부청사와 국회가 충청도로 이전하면 삼성그룹이나 엘지그룹이 따라서 계열사들을 충청도로 이전할까요?
택도 없는 소립니다.
서울시민 중에 정부청사와 국회에 근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 기업이 따라가지 않는 한
정부 공무원들이 몽땅 충청도로 이사가도 서울 인구에는 얼마 차이가 안납니다.
좀 비꼬아서 말하자면, 이회창씨와 한나라당의 그동안 정책이 기업(특히 재벌) 친화적이었던 만큼,
정부와 기업은 꼭 붙어다니면서 친목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옮기는데 감히 삼성 엘지 지넘들이 안따라와?)
행정수도 이전에 40조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반대하는 분도 있습니다.
반대로 노무현쪽에서는 몇차례 수정하기는 했지만 현재 6조정도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더군요.
전 경제학자도 아니고 실제로 얼마나 필요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노무현이 뻥카치고 있을 가능성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으로 해서 한나라당 주장대로 십수년간 40조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 직/간접적인 이익은 40조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의 결과로 집값의 상승은 상당히 잡힐 것이고, 만약 다른 악재와 겹친다면 최악의 경우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부동산으로 재산을 굴려 돈을 벌어먹는 투기꾼들이지 한채의 집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 수도권
시민들이 아닙니다. 어차피 한채의 집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는 만큼 이사갈 새 집도
가격이 떨어집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장부상의 재산은 오르지만, 어차피 이사가려면 이사갈 곳의
집값도 오르니까 실질적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게 됩니다. (물론 수도권에서 번 돈으로 노후에
지방 내려가서 살 사람이라면 예외겠습니다.)
또 한가지, 6조원이든 40조원이든 돈이 그만큼 들어가면 그만큼의 고용창출의 효과가 생깁니다.
전세계적인 경제침체에 접어들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징후가 뚜렷한 현재에
있어서, 행정수도 이전은 엄청난 경기 상승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이 30년대에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일부러 벌여 성공적으로 불황을 극복했던 것을
생각해봅시다.
한나라당에서는 또 통일을 고려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더군요.
오히려 한나라당의 주장이야말로 더 근시안적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서울로의
집중이 오히려 지금보다 몇배 더 가중될 겁니다. 아무리 통일에 대비를 한다고 해도 통일이 되면
북쪽의 싼 노동력들이 기업이 집중된 수도권에 몰려들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지금까지 수도권 집중에서 야기되었던 문제들도 덩달아 몇배로 더 커질 것은 뻔합니다.
한나라당에서는 '한 나라의 수도라는 것은 말야, 지역적으로 국토의 중심에 있어야 돼'라고 생각하나
본데, 지금 전략시뮬 게임합니까. 전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도가 국토의 한쪽에 치우쳐 있으며
그러고도 별 탈 없이 잘 살아갑니다. 지역적으로 국토의 중심이냐 아니냐보다 균형발전이 수백배
더 중요한 문제임을 무시한 주장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전국의 균형적인 발전입니다. 40조원이라고 칩시다, 어마어마한 돈이지요.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 사는 제 입장에서도, 부산에 남아있는
부모님의 입장에서도요.
집값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하지요.
몇달 전에 집을 샀습니다.
집을 살 만한 여유가 있어서 집을 산 것이 아니라, 단지 첫 애기를 가진 집사람이 "우리" 집에서
낳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눈 질끈 감고 어마어마한 돈을 대출받아 구리 토평지구에 신축 아파트를
샀습니다. (사실 대출분을 제외한 나머지 돈도 전에 살던 집의 전세금인데, 그 전세금을 마련할 때
대출받았던 빚을 갚은지도 얼마 안되었습니다.) 이자가 꽤 저리로 내려갔을 때 대출받았는데도 월
이자만 55만원 정도 나가고 있습니다. 한달쯤 전부터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더니 아마도
이번 달부터는 실제로 이자가 올라갈 모양입니다.
허리가 휩니다. 책 마무리한다고 집에만 처박혀서 돈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앞날이 갑갑합니다. 몇년 더 전세로 살 걸, 싶습니다. 집사람은 은근히 집값이 막 뛰어줬으면
하는 눈칩니다. 분양가만큼의 프리미엄을 챙겨서 팔아먹고 간 원 주인은 선심쓴다는 듯이 이렇게
한마디 남기고 갔습니다. '빚을 더 내어서라도 인창동쪽 오래된 아파트를 사놓으세요, 곧 뛸 겁니다'
그쪽에 지하철이 들어온다나요. 자기도 그렇게 몇번 해서 한 재산 모았다나요.
띠바...
저도 돈 많은 거 좋아하고 빚 싫어하는 보통 사람입니다.
몇달 전보다 시세가 조금 올랐습니다. 한 2000정도? 당근 집값이 이자보다 빨리 오르면 빚갚는
부담이 훨 적겠지요? 집사람은 흐뭇해하는 거 같습니다. 더 팍팍 오르기를 바라는 눈칩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필요 이상으로 마구 과열되는 상황에서는 살던 집이
값이 올라서 본의 아니게 돈을 벌게된 경우가 아니라 재산 증식의 목적으로 집을 샀다가 파는
행위는 결코 선의의 '투자'가 될 수 없으며 '투기'일 뿐입니다. 전 "투기"란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그 사람들의 피해를 기반으로 해서 돈을 벌어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에 투자를 하면 스스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돈이 오갑니다.
사람이 사는 집은 그게 아니지요. 집이 없는 사람은 게임에 끼고 싶지 않은데도 끼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이 투기 대상으로 인식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전세, 월세 사는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세라는 제도는 더 문제가 심각한데,
전세금은 건물 임대인의 소유권에 실질적으로 일조하지만 소유권으로 인한 단순 소득, 그러니까
집값의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임대인에게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를 어렵게 했군요.
제발, 살 집이 있으면 프리미엄 남기고 팔려는 생각으로 아파트 청약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이 집을 가지지 못한 상황인 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은행 이자 이상의 불로소득을 챙기면
반드시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부동산의 프리미엄같은 불로소득은 절대로 공돈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손해보는 거 아니냐고요. 띠바, 맞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나쁜 일입니다. 남들 다 하니까 나쁜 짓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더 어려운 서민들이 있고, 손해는 고스란히 그런 사람들이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재벌그룹들에 의해서만 생긴 것이 아닙니다.
부동산으로 한몫 잡아보자는 흐름에 동참하는 순간, 그 사람도 공범이 되는 겁니다.
집 가지신 분들, 집값 조금 내려간다고 호들갑떨지 맙시다. 실질적으로 그다지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닐 뿐더러, 수십년 동안 집한채 가지지 못하고 부동산 열기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눈물흘린 더
어려운 서민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우리 자식들에게는 '결혼후 10년 걸려 겨우 집 장만했네',
그런 말 하지 않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안양굴뚝 님이 쓰신 글 :
:
: 저는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 TV토론도 조금밖에 보지 않았습니다.
: 노무현씨의 경남사투리가 귀에 거슬리더군요.
: 전 경남사람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 그러나 수도는 반드시 이전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그것만이 서울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입니다.
: 물론 서울에 아파트 많이 가지고 계시고, 땅넓게 가지고 계신 분들은 손해보시겠지요.
: 그러나 그분들이 과연 전체 서울시민들중 얼마나 되겠습니까?
: 그분들을 위하여 수도권의 시민들이 독한 개스를 마시며 살아야 합니까?
: 그분들을 위하여 수도권의 시민들이 날마다 교통 지옥을 격어야 합니까?
: 그분들을 위하여 수도권의 시민들이 계절마다 유랑을 하여야 합니까?
:
: 어쩌면 제가 못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그러나 전 태어나서 동사무소와 구청보다 높은곳에는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 동사무소랑 구청이 대전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
: 수도를 대전으로 옮기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 그러나 살자고 버는 돈 아닙니까?
: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야지요..
: 수도는 반드시 옮겨져야 합니다.
:
: 수도가 이전되면 서울이 '공동화'된다고 합니다.
: 저에게는 '공동'이란 개념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 그러나 그것이 '펑크'를 의미한다면, 저는 기꺼이 이 메어터지는 서울을 '펑크'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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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련하게 뚫린 서울을 원하는
: 안양굴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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